서론/Introduction
암호화폐 시장의 데이터 분석 선구자인 글래스노드(Glassnode)가 또 한 번 시장에 혁신적인 도구를 내놓았습니다. 바로 ‘Taker-Flow 기반 감마 노출(Gamma Exposure, GEX)’ 지표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트레이더들은 주식 시장에서 사용되던 전통적인 감마 노출 지표를 암호화폐 시장에 그대로 대입하려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의 톡톡 튀는 변동성과 독특한 참여자 구조 때문에, 기존 지표는 종종 잘못된 신호를 보내곤 했습니다. 글래스노드의 이번 새로운 지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딜러(Dealer)들의 포지션을 더욱 정교하게 파악하여 시장의 변동성을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글에서는 글래스노드가 왜 새로운 지표를 개발했는지, 그리고 이것이 우리와 같은 투자자들에게 어떤 통찰력을 줄 수 있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본론/Body
1. 왜 기존의 감마 지표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통하지 않았나?
전통적인 주식 시장, 특히 S&P 500과 같은 인덱스 옵션 시장에서 딜러(Market Maker)들은 철저하게 ‘델타 중립(Delta-Neutral)’ 전략을 취합니다. 즉,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때마다 즉각적으로 헷지(Hedge) 거래를 하여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0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딜러들의 매매 패턴은 시장을 안정시키거나(Sticky), 반대로 변동성을 증폭시키는(Slippery)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다릅니다.

암호화폐 옵션 시장은 헷지 목적보다는 ‘투기적 거래’가 주를 이룹니다. 투자자들은 헷징을 위해 풋옵션을 매수하기보다는,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콜옵션을 매수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또한, 시장 참여자들의 성향 자체가 매우 공격적이며 레버리지 사용 비율도 월등히 높습니다. 따라서 “모든 딜러가 항상 델타 중립을 유지할 것이다”라는 주식 시장의 가정을 암호화폐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면, 시장의 실제 흐름과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2. 글래스노드의 해법: Taker-Flow에 주목하라
글래스노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Taker Flow(시장가 주문 흐름)’에 주목했습니다.
옵션 시장에서 거래는 매수자(Taker)와 매도자(Maker, 주로 딜러) 간에 이루어집니다. 매수자가 시장가로 옵션을 산다는 것은, 곧 딜러가 그 옵션을 팔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매수자가 옵션을 시장가로 판다면, 딜러는 그 옵션을 사게 됩니다.
즉, Taker Flow의 정반대 포지션이 곧 딜러의 포지션이 된다는 논리입니다.
글래스노드는 이러한 ‘거울 효과(Mirror Image)’를 이용하여, 실제 거래소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Taker 주문들을 분석함으로써 딜러들이 현재 어떤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는지를 역추적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추정이 아니라, 실제 체결된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훨씬 더 정확한 딜러 포지션 추정이 가능합니다.
3. Sticky vs Slippery: 변동성의 지도를 그리다
이 새로운 GEX 지표를 활용하면, 트레이더들은 가격 차트 위에서 ‘어디가 막히는 구간(Sticky)’이고 ‘어디가 미끄러지는 구간(Slippery)’인지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 Sticky Zone (시장 안정화 구간): GEX가 양수(+)로 높게 나타나는 구간입니다. 이 구간에서는 딜러들이 ‘저점 매수, 고점 매도’의 헷지 거래를 반복하며 가격 변동성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가격이 쉽게 뚫리지 않고 횡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Slippery Zone (변동성 증폭 구간): GEX가 음수(-)로 깊게 나타나는 구간입니다. 여기서는 딜러들이 ‘하락 시 매도, 상승 시 매수’를 하며 가격 움직임을 따라가야 합니다. 따라서 한번 방향이 잡히면 겉잡을 수 없이 가격이 튀는 급등락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시장 영향 및 시사점 (Market Impact)
한국의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이 지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첫째, ‘김치 프리미엄’과 같은 한국만의 독특한 시장 괴리 현상을 해석하는 데 새로운 틀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마켓 메이커들의 포지션이 국내 거래소 가격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둘째, 선물/옵션 트레이더들의 리스크 관리가 정교해질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단순히 기술적 분석(차트)에만 의존했다면, 이제는 시장의 수급 주체인 딜러들의 ‘패’를 읽으면서 중요 지지/저항 라인을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특히 변동성이 큰 알트코인 장세보다는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메이저 자산 거래 시 그 효용성이 극대화될 것입니다.
결론/Conclusion
글래스노드의 Taker-Flow 기반 GEX는 단순한 보조지표 하나가 추가된 것이 아닙니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이 더 이상 ‘묻지마 투기판’이 아니라, 데이터와 로직에 기반한 고도화된 금융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기관 투자자들이나 전문 트레이더들은 이제 이 지표를 통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인 딜러들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남들보다 한발 앞서 변동성에 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개인 투자자들 또한 이러한 분석 도구의 발전을 예의주시하며, 더욱 스마트한 투자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