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변동성의 파도를 읽는 새로운 방법
암호화폐 시장에서 ‘변동성(Volatility)’은 기회이자 리스크입니다. 우리는 흔히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를 예측하려 하지만, 진짜 고수들은 “가격이 얼마나 격렬하게 움직일 것인가”에 주목합니다.
그동안 주식 시장에서 기관들이 사용하던 감마 익스포저(Gamma Exposure, GEX)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마켓 메이커(Market Maker)들의 포지션을 역추적하여, 가격이 특정 구간에서 멈출지(Sticky) 혹은 미끄러지듯 폭발할지(Slippery) 예측하는 지표죠.
하지만 이 강력한 도구도 코인 시장에선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왜일까요? 주식 시장의 공식이 코인 판엔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할 Glassnode의 새로운 ‘Taker-Flow’ 기반 GEX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시장의 ‘숨겨진 손’, 딜러들의 패를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1. 왜 기존 공식은 코인 시장에서 실패했나?
전통 금융(TradFi)에서 감마 익스포저는 “딜러들은 항상 델타 중립(Delta-Neutral)을 유지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쉽게 말해, 딜러가 옵션을 팔면 그 위험을 피하기 위해 현물을 사고파는 헤징(Hedging)을 기계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시장의 변동성이 제어되거나 증폭됩니다.
그러나 암호화폐 시장은 다릅니다.
- 투기적 성향: 코인 옵션 시장 참여자의 대다수는 위험을 헤지하려는 기관이 아니라, 레버리지를 노리고 콜 옵션을 매수하는 ‘투기적 딜러’들입니다.
- 불완전한 헤징: 딜러들이 반드시 델타-뉴트럴을 유지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미결제약정(Open Interest)만으로 딜러의 포지션을 추정하는 기존 방식은, 허공에 대고 주먹질을 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2. Glassnode의 해법: Taker-Flow가 답이다
Glassnode는 이 문제를 ‘Taker-Flow(테이커 주문 흐름)’로 풀었습니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강력합니다. 시장에는 항상 ‘매수자(Maker/Taker)’와 ‘매도자’가 존재합니다. 옵션 거래소의 데이터에서 “누가 공격적으로 주문을 냈는가(Taker)”를 추적하면, 그 반대편에 있는 딜러(Maker)의 포지션을 정확히 그려낼 수 있습니다.
핵심 원리:
- 테이커가 콜 옵션을 대량 매수했다? -> 딜러는 콜 옵션을 매도(Short Call)했다.
- 테이커가 풋 옵션을 대량 매도했다? -> 딜러는 풋 옵션을 매수(Long Put)했다.
이렇게 구축된 ‘딜러 인벤토리’를 기반으로 계산된 GEX는, 실제 시장의 수급을 훨씬 더 정교하게 반영합니다.
3. 실전 투자 전략: Sticky vs. Slippery
그렇다면 이 지표를 실전 매매에 어떻게 활용할까요? 핵심 키워드는 ‘Sticky(끈적함)’와 ‘Slippery(미끄러움)’입니다.
Case A: 양수(+) 감마 = Sticky Price (안정화)
딜러들의 감마 익스포저가 양수일 때, 그들은 “가격이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사는” 역추세 매매(Counter-trend)를 해야 합니다.
- 효과: 딜러들의 매매가 시장의 변동성을 흡수합니다.
- 전략: 가격이 특정 구간에 갇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스권 매매나 양매도 전략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지지/저항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구간입니다.
Case B: 음수(-) 감마 = Slippery Price (변동성 폭발)
반대로 감마가 음수일 때, 딜러들은 “가격이 오르면 더 사고(추격 매수), 내리면 더 파는(패닉 셀)” 추세 추종 매매를 하게 됩니다.
- 효과: 딜러들의 헤징 물량이 시장의 움직임을 더 크게 키웁니다.
- 전략: 소위 ‘청산 빔’이 나오기 쉬운 구간입니다. 돌파 매매(Breakout) 전략이 유리하며, 레버리지를 줄이고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합니다.
결론: 데이터가 보여주는 시장의 진실
Glassnode의 이번 지표 출시는 암호화폐 시장 분석이 얼마나 고도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단순히 “누가 샀다더라” 하는 루머가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딜러들의 강제적 수급(Forced Flow)을 읽어내는 능력. 이것이 앞으로의 시장에서 승패를 가를 것입니다.
당신이 옵션 트레이더가 아니더라도 상관없습니다. 딜러들이 현물을 던질지(Negative Gamma), 아니면 받쳐줄지(Positive Gamma)를 아는 것은 현물/선물 투자자에게도 강력한 무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차트를 켜고, 캔들 뒤에 숨은 딜러들의 움직임을 상상해 보십시오. 시장이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