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25년의 마지막 분기 보고서와 새로운 시작

홍콩통화청(HKMA)이 2025년 12월 분기 보고서(Quarterly Bulletin)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보고서가 갖는 의미는 남다릅니다. 단순히 분기별 경제 동향을 정리한 것을 넘어, ‘Quarterly Bulletin’이라는 이름으로 발행되는 마지막 보고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HKMA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2026년부터 간행물의 형식과 발행 주기를 대폭 개편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더불어 이번 호의 핵심 피처(Feature) 기사로 홍콩의 외환(Forex) 및 파생상품(Derivatives) 시장을 심도 있게 다루었습니다.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홍콩의 입지를 재확인하고,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 환경에 더 민첩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본 아티클에서는 HKMA의 이번 발표가 갖는 함의와, 2026년부터 달라질 정보 공개 방식, 그리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홍콩 외환·파생상품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해 봅니다.

2026년, ‘Quarterly’가 사라진다: ‘The Bulletin’으로의 진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Quarterly Bulletin’의 리브랜딩입니다. 2026년부터는 ‘The Bulletin’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재탄생하며, 기존의 정기적인 분기별 발행 방식에서 벗어나 ‘수시(As needed)’ 발행 체제로 전환됩니다.

왜 ‘수시 발행’인가?

금융 시장은 초단위로 변합니다. 3개월이라는 시간은 현대 금융 시장에서 영겁의 세월과도 같습니다. HKMA가 ‘Quarterly’라는 꼬리표를 떼어낸 것은 이러한 시장의 속도에 발맞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 적시성(Timeliness): 특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 3개월을 기다리지 않고 즉각적으로 심도 있는 분석 리포트를 낼 수 있습니다.
  • 유연성(Flexibility): 정형화된 포맷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한 주제를 필요한 시점에 집중적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 효율성(Efficiency): 관성적으로 발행하던 루틴 업무를 줄이고, 실질적인 가치가 있는 정보 생산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이름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HKMA의 소통 방식 자체가 ‘정기 보고’에서 ‘이슈 대응’으로 진화함을 시사합니다.

홍콩 외환/파생상품 시장의 현주소

이번 12월 보고서의 피처 아티클은 외환 및 파생상품 시장에 집중했습니다. 이는 미-중 갈등, 글로벌 금리 변동성 확대 등 거시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홍콩이 수행하는 ‘리스크 헤지’ 및 ‘자금 중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HK Derivatives Market Growth

위 차트(예시)에서 볼 수 있듯이, 홍콩의 파생상품 시장은 글로벌 주요 금융 도시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위안화 국제화의 전초기지로서 역외 위안화 파생상품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 지고 있으며, 이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투자자들에게도 핵심적인 시장 지표로 작용합니다.

HKMA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제공함으로써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보 접근성은 유지되나?

‘비정기 발행’이라는 말에 투명성이 저해될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HKMA는 이에 대해 명확한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 다채널 운영: ‘inSight’, ‘Research Memorandum’, ‘Half-Yearly Monetary and Financial Stability Report’ 등 기존의 다른 간행물들은 여전히 유지됩니다.
  • 디지털 아카이빙: 리브랜딩된 ‘The Bulletin’ 역시 HKMA 웹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쉽게 열람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공개됩니다.

즉, 정보의 총량은 줄이지 않되, 전달하는 방식(Channel & Timing)을 최적화(Optimize)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영양가 있는 정보를 제때 받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결론: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변화

HKMA의 이번 결정은 ‘형식 파괴’이자 ‘실용주의’의 선언입니다. 2026년부터 우리는 홍콩발 금융 리포트를 받아볼 때, “벌써 3개월이 지났나?”가 아니라 “지금 HKMA가 주목하는 이슈는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의 금융기관 및 투자자들에게 주는 시사점은 명확합니다.

  1. 모니터링 강화: 정기 발행 일정에 의존하지 말고, HKMA의 수시 발표를 놓치지 않도록 모니터링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2. 행간 읽기: HKMA가 특정 시점에 특정 주제로 ‘The Bulletin’을 발간한다면, 그 주제가 당시 시장의 핵심 리스크이자 기회라는 강력한 시그널로 해석해야 합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2026년, 더 민첩해질 홍콩 금융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