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핵심 1: 절제 가능한 두경부암 환자에게 수술 전·후로 펨브롤리주맙(키트루다)을 추가 투여한 결과, 무사건 생존 중앙값이 30.4개월에서 51.8개월로 늘었습니다(NEJM, 2026년 5월).
  • 핵심 2: 핵심은 ‘수술 후 보조치료’가 아니라 ‘수술 전 선행치료’였습니다. 종양이 남아 있을 때 면역세포에게 학습 기회를 먼저 주는 발상이 효과를 갈랐습니다.
  • 핵심 3: 한국의 구인두암은 70.1%가 HPV 관련이며, HPV 관련 두경부암은 지난 20년간 한국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이번 연구가 더 중요해집니다.

1. 두경부암 환자의 시간이 21개월 늘어난 이유

2026년 5월 18일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KEYNOTE-689의 본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절제 가능한 국소진행성 두경부 편평세포암(LA-HNSCC) 환자 714명을 모은 글로벌 3상 무작위 임상시험입니다.

결과는 단순하지만 묵직했습니다. 표준치료(수술 + 방사선 ± 시스플라틴) 단독군의 무사건 생존(EFS) 중앙값이 30.4개월이었던 반면, 여기에 펨브롤리주맙(키트루다)을 수술 전 2회, 수술 후 15회 추가한 군은 51.8개월이었습니다. 이벤트(재발·전이·사망) 위험비(HR)는 0.73, 즉 27% 감소(P=0.0041)였습니다.

핵심 수치

PD-L1 발현이 높은 환자(CPS≥10, n=465)에서는 차이가 더 컸습니다. EFS 중앙값이 26.9개월에서 59.7개월로 2.2배 길어졌고 위험비는 0.66(95% CI 0.49–0.88)이었습니다. 두경부암 치료에서 40년간 거의 바뀌지 않던 표준 치료 알고리즘이 흔들리기 시작한 순간입니다.

2. 40년간 표준치료가 바뀌지 않았던 이유

두경부암의 표준치료는 1980년대 이후 본질적으로 같았습니다. 절제 가능하면 수술, 그 다음에 방사선 단독 또는 시스플라틴 병용 화학방사선요법. 이 조합은 5년 생존율을 끌어올렸지만, 재발률 30~50%대의 벽을 깨지 못했습니다.

근본 문제는 미세잔존 질환(minimal residual disease)입니다. 수술로 눈에 보이는 종양을 제거해도, 혈관·림프관을 따라 흩어진 미세 암세포가 어딘가에 남아 결국 재발로 이어집니다. 방사선과 시스플라틴은 이 잔존 세포를 일부 제거하지만, 면역 시스템이 잔존 세포를 ‘기억’하고 추적하는 능력을 활용하지는 않았습니다.

면역관문억제제(키트루다 같은 PD-1 항체)가 등장한 후에도 두경부암에서는 주로 전이성·재발성 4기 환자의 1차 치료로 쓰였습니다. 절제 가능한 단계에 면역치료를 끼워 넣는 시도는 ‘CheckMate-141’, ‘KEYNOTE-048’ 같은 진행성 시험들이 끝난 뒤에야 본격화됐습니다.

3. KEYNOTE-689가 증명한 것 — 패러다임의 전환

KEYNOTE-689는 단순한 약 추가 시험이 아니라 치료 순서에 대한 시험이었습니다.

표준치료 vs 새 표준

연구 설계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대상: Stage III 또는 IVA, 구강·구인두·후두·하인두 편평세포암 환자 714명
  • 무작위 배정: 표준치료군 vs 수술 전 펨브롤리주맙 2회 + 수술 후 펨브롤리주맙 15회 + 표준치료
  • 1차 평가변수: 무사건 생존 기간(EFS)
  • 층화 변수: PD-L1 CPS 발현 수준, 종양 위치, 임상 병기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점은 수술 자체의 질이 오히려 좋아졌다는 것입니다. 절제연 음성(R0) 비율이 펨브롤리주맙군에서 89.1%, 대조군에서 84.7%였습니다. 종양이 면역치료로 작아진 상태에서 수술이 들어가니 외과의가 깨끗이 떼어낼 여유가 더 생겼다는 의미입니다. 시스플라틴이 필요했던 고위험 환자 비율도 50.5%에서 38.9%로 줄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일부 환자는 항암제 부담을 덜고도 더 좋은 결과를 얻은 셈입니다.

연구의 설계 강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KEYNOTE-689는 글로벌 다기관 공개라벨 3상으로, 단일 기관·소규모 연구가 아닙니다. 1차 평가변수가 OS(전체 생존)가 아니라 EFS인 점은 한계로 지적될 수 있지만, EFS는 재발·전이·사망을 모두 포함하므로 환자가 체감하는 ‘병이 다시 진행되지 않는 시간’에 가깝습니다. OS 데이터는 추적이 더 길어진 후 후속 보고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4. 메커니즘: 왜 ‘수술 전’에 면역치료가 더 잘 듣는가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수술로 종양을 먼저 제거한 다음 면역치료를 하는 것이 깔끔해 보입니다. 그런데 KEYNOTE-689를 포함한 최근 연구들은 반대의 방향을 가리킵니다.

수술 전 면역치료의 작용 경로

기전을 단계별로 풀어보겠습니다.

1단계 — 종양이 항원 공급원 역할을 합니다. PD-1 항체는 T세포 표면의 PD-1 수용체를 차단해, 종양세포 표면의 PD-L1과의 결합을 막습니다. 이 결합이 일어나면 T세포가 종양세포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습니다. 차단되면 T세포가 다시 종양을 공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공격이 효과적이려면 T세포가 종양 항원을 충분히 ‘학습’해야 합니다. 종양이 통째로 남아 있을 때 학습할 항원의 다양성이 가장 큽니다(Liu et al., Nature Medicine 2024 review).

2단계 — 면역 기억이 형성됩니다. 수술 전 펨브롤리주맙 단계에서 활성화·증식된 종양 특이적 CD8+ T세포는 림프절·골수에서 메모리 T세포로 분화됩니다. 이 세포들은 수술 이후에도 수개월~수년간 순환하면서 잔존 암세포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3단계 — 수술이 끝나면, 보조요법으로 추격합니다. 수술 후 펨브롤리주맙 15회는 메모리 T세포의 재활성화 신호로 작동합니다. PD-1 차단을 지속하면 잔존세포에 대한 면역 감시가 지속됩니다.

이 가설은 흑색종(KEYNOTE-716)과 비소세포폐암(KEYNOTE-671)에서 먼저 검증됐고, 이제 두경부암에서도 임상적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기존에는 ‘면역치료는 진행성 암에서만 효과가 있다’는 통념이 있었지만, 최근 5년 연구는 ‘면역치료를 빠른 단계에 넣으면 더 효과가 큰 암 종류’가 점차 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5. 부작용과 대가 — 38%의 진실

이 시점에서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EFS가 21개월 늘었다고 모든 환자에게 권할 수 있는 치료는 아닙니다.

중대 이상반응(serious adverse reactions) 비율

  • 수술 전(neoadjuvant) 단계: 단일 펨브롤리주맙 1회 이상 투여 환자 361명 중 11%에서 중대 이상반응 발생. 폐렴 1.4%, 종양출혈 0.8%, 면역관련 간염 0.6% 등.
  • 수술 후(adjuvant) 단계: 펨브롤리주맙 + 방사선 ± 시스플라틴을 받은 환자 255명 중 38%가 중대 이상반응 경험. 폐렴 2.7%, 발열 2.4%, 구내염 2.4%, 급성 신손상 2.0%, 폐렴증 1.6%.

수술 후 단계의 38%라는 숫자는 펨브롤리주맙 단독의 부작용이 아니라 방사선·시스플라틴과 결합된 결과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시스플라틴 자체가 신독성·청력저하·혈구감소를 일으키고, 방사선은 구내염·연하장애를 동반합니다. 그래도 면역치료를 추가하면서 면역관련 이상반응(immune-related adverse events, irAE)이 새로 더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가장 흔한 면역관련 이상반응

  • 갑상선기능저하증: 26%
  • 발진: 22%
  • 면역관련 간염: 0.6% (중증)
  • 폐렴증(pneumonitis): 1.6% (중증)

갑상선기능저하증은 보통 레보티록신으로 평생 보충하면 생활에 큰 지장이 없지만, 폐렴증·간염·대장염은 조기에 인지하지 못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NCCN 가이드라인은 irAE 의심 시 즉시 면역치료 중단과 고용량 스테로이드 투여를 권합니다.

6. 한국인에게 주는 시사점

한국에서 두경부암은 흔한 암은 아니지만, 위험 요인이 OECD 상위권이라 환자 절대 수가 적지 않습니다. Clinical and Experimental Otorhinolaryngology(2025)의 1999~2020년 한국 두경부암 추세 분석에 따르면, HPV 관련 두경부암(주로 구인두암)은 꾸준히 증가한 반면 HPV 비관련 두경부암(흡연·음주 관련 구강암·후두암)은 감소 추세입니다.

특히 주목할 통계가 있습니다. Frontiers in Surgery(2022)에 발표된 한국 두경부암 환자 분석에서, 구인두 편평세포암의 p16(HPV 표지자) 양성률이 70.1%로 북미·유럽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같은 연구에서 구강암은 13.9%, 후두암은 20.8%, 하인두암은 15%로 보고됐습니다.

이 데이터가 KEYNOTE-689와 만나는 지점은 분명합니다.

첫째, PD-L1 CPS 검사가 필수가 됩니다. CPS≥10에서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났기 때문에, 진단 시 면역염색을 통한 PD-L1 정량 평가가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 대형병원들은 이미 PD-L1 검사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보험 적용 범위와 본인부담금이 환자별로 다릅니다.

둘째, 보험 급여가 다음 화두입니다. 한국 식약처는 진행성·재발성 두경부암에 대한 펨브롤리주맙은 승인했지만, 절제 가능한 단계의 신보조/보조요법으로는 적응증 확대 절차가 필요합니다. 미국 FDA가 2025년 6월 PD-L1 CPS≥1 환자 대상으로 이 적응증을 승인했고, 국내에서도 학회 차원에서 급여 확대를 요청 중입니다. 비급여로 진행할 경우 펨브롤리주맙 17회 투여 비용은 환자에게 큰 부담입니다.

셋째, 1차 예방의 중요성은 더 커집니다. 치료가 발전한다고 해서 예방이 덜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HPV 관련 두경부암이 늘고 있고, 9가 HPV 백신(가다실9)이 16·18형 외에도 두경부암 관련 균주를 커버합니다. 질병관리청은 2022년부터 남아에게도 HPV 백신 무료접종을 시범 확대했으나(만 12세 여아 + 일부 지자체 남아), 미국·호주에 비해 남자 청소년 접종률은 낮은 편입니다. 흡연(한국 성인 남성 흡연율 32.4%, OECD 평균 24.5%) 및 음주 절제 역시 변하지 않는 1차 예방의 축입니다.

7. 의료진과 상의할 4가지 질문

본인 또는 가족이 두경부암 진단을 받았다면, 주치의에게 다음을 확인해 보세요. 본 글의 내용은 일반 정보이며 개별 환자의 치료 결정은 종양내과·이비인후과·방사선종양학과 다학제 팀과의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1. “제 종양의 PD-L1 CPS 점수가 얼마인가요?” — CPS≥10인지에 따라 펨브롤리주맙 추가의 기대 효과 크기가 달라집니다.
  2. “수술 전 면역치료를 받을 임상적 적응이 되나요?” — Stage III/IVA 절제 가능 환자, ECOG 0–1, 자가면역질환 병력 등 여러 조건을 함께 평가합니다.
  3. “한국에서 이 옵션은 보험 적용이 가능합니까?” — 적응증 확대 진행 상황과 비급여 시 예상 비용을 미리 확인하세요.
  4. “면역관련 이상반응이 발생하면 어떤 신호를 봐야 하고, 어디로 연락하나요?” — 발열, 호흡곤란, 황달, 심한 설사, 피부 변화 등은 즉시 신고할 사항입니다.

8. 정리 — 21개월이 가진 의미

EFS 21.4개월의 차이는 통계 숫자가 아니라, 환자에게는 두 번의 추석과 두 번의 설을 더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입니다. 1차 평가변수가 OS가 아니라 EFS이고 추적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지만, KEYNOTE-689는 두경부암 치료 전략을 ‘수술 이후’에서 ‘수술 전부터’로 옮긴 첫 대규모 임상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동시에 38%의 중대 이상반응, 면역치료 비용, 보험 급여, 환자별 PD-L1 상태라는 현실적 과제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치료가 좋아질수록 누가, 언제, 어떻게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됩니다.

한국 환자에게는 두 가지가 동시에 필요합니다. 이미 진단받은 환자는 다학제 팀과 상의해 PD-L1 검사와 신보조 면역치료 옵션을 검토하고, 아직 건강한 사람은 HPV 백신·금연·절주라는 1차 예방을 챙기는 것. 의학의 진전은 환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주는 일이지, 예방의 가치를 줄이는 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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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참고 자료

  • Uppaluri R, Haddad RI, et al. Neoadjuvant and Adjuvant Pembrolizumab in Locally Advanced Head and Neck Cancer. NEJM. 2026 May 18 (DOI: 10.1056/NEJMoa2415434).
  • FDA. FDA approves neoadjuvant and adjuvant pembrolizumab for resectable locally advanced HNSCC (2025년 6월 12일).
  • Trends in the Age-Adjusted Incidence of Head and Neck Cancer in South Korea Over the Past 20 Years. Clinical and Experimental Otorhinolaryngology, 2025.
  • Positive Rate of Human Papillomavirus and Its Trend in Head and Neck Cancer in South Korea. Frontiers in Surgery, 2022.
  •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 2024 (성인 흡연율 통계).